S4리그 이야기

nbee 作 : 만들다 37 Comments

사실 S4리그는 일종의 미운오리 프로젝트였다.
멤버들은 모두 펜타비젼 출신이 아닌 가마소프트의 멤버들이었고,
처음 프로토를 만들던 당시 회사의 모든 프로젝트가 PT를 해야하는 날,
우리 팀은 완성도가 부족해 아직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홀로 PT를 하지 않는
대범함(이라고 쓰고 깡따구로 읽는)과 그 외의 말할 수 없는
어른의 사정들이 합쳐져 사내에선?’한달 뒤 사라지는 팀’정도로 치부되었다.
개발인원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아마도)이미 가마소프트에서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 결정하고 그것을 책임지고 만드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사내의 그런 분위기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미운털이 박혔던 걸지도 모르겠다.)

초기 프로젝트 네임이었던 ZIN이었을 당시의 티저 이미지

처음부터 잠수부 P님이 참여했던 건 아니었지만, 초기 기획부터
잠수부 P님의 그림이 가진 세계관과 스타일같은 느낌을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그 방향을 지향할꺼라면 잠수부 P님을 영입하자고 이야길 했다.
회사에 허락을 받고, 잠수부 P님께 연락을 드렸지만 당시에 잠수부 P님은
스스로를 그림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으셔서 거절하셨다.
잠수부 P님을 영입할 순 없는 상황에서 회사에선 계속 대체 인력을
소개시켜주고 있었지만, P님이 아니면 제대로된 컨셉이 완성될 수 없으니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고 안하시겠다는 P님에게도 계속
어필(이라고 쓰고 땡깡)을 한 결과 P님도 합류하게 되었다.(만세!)

대망의 첫 PT날에는 앞서서 PT를 했던 팀이 PT를 하던 도중 PT준비 미숙과
결과물이 좋지 않은 관계로 팀 해체가 바로 결정된 악조건 속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디렉터를 맡고 있던 B.S형의 긴장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지만 전설의 레전드인 DJMAX Portable의 오프닝무비를 만들었던
B.S형의 멋진 영상
과 응원해주시던 많은 분들의 지원사격으로
다행히 S4는 PT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우리는 한달 뒤 사라지는 운명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시간이 흘러 현재의 모습으로 런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토타입을 이후로는 작업보단 관리에 힘을 썼기 때문에,
내 작업물들은 신규사원들의 작업물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 거의 대부분의 작업들이
런칭된 프로젝트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ㅠㅜ


몇 안되는 작업물 중 하나를 콕찝어 좋아한다니,고맙고 스릉흔드 엔하위키.jpg


프로토타입 이야기로 돌아가서,최대한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룩을 만들기 위해서 실험해봤던 이미지인데,
당시엔 사양문제로 구현되지 못했지만,지금이라면 충분히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용했던 기술 :
툰랜더  + 동적 라이트 + 볼륨라이트 + 셀프쉐도우 + LUT

그리고 P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액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는
체형을 실험해보던 단계였다. 개인적으론 안정적인 면에서 나쁘지 않아고 판단했으나
P님이 가진 미묘한 날렵함이 사라져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프로토타입 이후
최종 버전에선 P님이 가진 체형적 요소도 그대로 가지고와
‘호리호리 여리여리한 캐릭터들이 아주 강력한 액션을 펼친다’라는 것을
캐릭터 그래픽의 중요 포인트로 내세우게 된다.
(물론 처음엔 그런 이질적인 요소가 일반 유저들에겐 먹히지 않을 수 있다며
반대가 심했다. 난 이때도 그런 것이 우리의 장점이 될 수 있으니
이대로 가자며 이게 안되면 내가 나가겠다는 폭탄발언까지 하며 땡깡을 부렸다.
이런 나의 땡깡 때문에 당시에 힘드셨을 많은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툰랜더가 실제 2D에 가깝게 나기 위해선 암부의 비율과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모델링엔
스무싱그룹을 이용한 꽁수가 많이 사용되었다.
스무싱 그룹으로 꺽이는 그림자의 방향을 조절해 그림자의 비율이 실제 2D셀화에서 가지는 그림자처럼 암부의 실루엣을 구성하는 형태로
폴리곤을 구성했고,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웠다.
특히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비율과 방식을 실제 셀화에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지만 동적 라이트가 빠지면서 사실 의미가 사라져버렸다.

얼굴 그림자가 이런식으로 떨어지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꽁수를 사용했던가.jpg

미묘한 츄리닝 라인을 살려보겠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jpg

파나마만님의 컨셉을 살리면서 액션의 형태에 어울리는 디폼에 대한 고민.jpg

초기 무기 컨셉

그러던 와중 기어즈오브워(이하 GOW)가 출시되었고, 처음으로 노멀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지금이야 익숙한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지브러쉬와 머드박스가 베타 중이었고,
스컬핑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처음 등장했던 시기였다.
GOW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당시 제한된 폴리곤으로 인해 암부 그림자의 비율을
조금 더 극적으로 제어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던 차에
쩜100의 그림자를 이쁘게 만들려면 폴리곤이 많아야 하는데,
노멀맵이 폴리곤을 많아보이게 하는 기능 아니야?
라는 이야기에 헐?! 진짜 그럴수 있겠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얻고,
디렉터 형의 허락하에 실험을 해보았다.

당시 PT용 테스트 샷

지브러쉬나 머드박스는 당시엔 쓸게 못되었으므로 전부 일일히 모델링을 했다..
헤헤..죽을 뻔했어..
놀랍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
폴리곤을 반가까이 줄였는데도 랜더링 퀄리티는 하이폴리곤을
랜더 건것보다 좋은 느낌이었다. 덕분에 초기 S4리그는 폴리곤을 획기적으로 줄인채
(기본형 캐릭터 1300 tris)로 랜더링 퀄리티는 높힐 수 있었다.


노멀맵이 버그로 일정 각도가 지나면 노멀이 뒤집혀 나왔지만, 카툰랜더와 합쳐지며
뒤집힌 노멀이 마치 반사광처럼 보이는 버그도 의도된 것처럼 승화하는
알흠다운 S4리그 그래픽..[…]

펌비가 그냥 공의 형태였을 때 이런 장난을 치고 놀았다. 잠수부P 스타일

그래서 만들어진 디자인만 차용한 버전초기에 회사에서는 파나마만님의 그림이 대중성이 없다며, 디자인만 가지고 그냥 예쁘게 만들라는 주문을 했었다.
극렬하게 반대했었지만, 앞서 밝힌대로 S4팀은 다음 주면 사라져버릴 팀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여지도 주면 안되던 시기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디자인만 차용한 버전.JPG

프로토 타입 당시의 스크린샷

하지만 역시나 파나마만님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길이라고 판단했고, 3D 모델러 친구들과 함께 회사를 설득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나 충분히 그걸 살리더라도 매력적인 결과물이 필요했고, 2개월 정도 모두가 그걸 살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중간 작업 1

중간 작업 2

중간 작업 3 – 잠수부P님도 적극 도와주시기 위해 삼면도를 그려주시며 조금씩 체계가 잡혀간다.

코의 선을 살리기 위해 코 부분만 면을 뒤집어 표현하는 꼼수도 이 때 나온다.

정작 파나마만님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건 우리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일본에서 온 퍼블리셔 대표님의 개성있는 그래픽이라서 좋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역시 사람에겐 힘이 필요하다.
어쨌든 그런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S4리그 그래픽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여담으로 당시 우리는 노멀맵을 맵핑을 크레이지범프로 바꾸는 형태로 만들었다.
RGB레이어의 채널값에 따른 깊이 조절 방법을 이용해 노멀맵을 손으로 그리는거다!라며
G레이어와 B레이어에 따로 그려 노멀맵을 만드는 시도를 했었는데
우리 그래픽 팀원들은 이 방법이 복잡했는지 그냥 평소 맵핑 그리듯이 그리고,
크레이지 범프에서 가장 적절한 값을 합성해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같은 옷안에서도 그림자의 방향이 미묘하게 다른 것들이 있다.)

여태까지 참여했던 모든 게임의 시나리오를 맡아서 쓰다보니 S4의 시나리오 역시
내가 쓰게 되었었는데,해커들의 전쟁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복선으로 깔아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과?게임 플레이를 통해 떡밥을
조금씩 회수하면서 유저들 자체가 경험하던 일들을 쌓아서 그것들을
다시 시나리오에 반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1회 S4리그가 개최되었다.
라는 부분만?공개되어야 하는 시나리오가
홈페이지에 대놓고 들어갔을 때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공개하면 안된다고 이렇게 두번이나 적어놨잖아!!

시작부터 폭망한 시나리오가 내가 퇴사한 후 아케이드 모드에서 다시 한번
의도에서 벗어나면서 기존에 잡아둔 이야기에서 완전 이탈해버렸다.

어쨌든 가상공간을 모티브로 했던건 당시에 나는 DJMAX BGA에 있는
좋은 캐릭터들과 세계관들을?하나의 통합된 IP로 만들어보고자하는 욕심이 있었고,
처음부터 다양하고 분별없는 캐릭터들이?모두 나올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래서 잡은 컨셉이 ‘사이버공간의 해커’로?그래서 극초기의 UI는 완전히 별도로
존재하는 S4만의 OS느낌으로 접근해 만들어보려고 했었다.
실제 유저가 S4라는 OS를 부팅해 가상공간에 접속한다는 내러티브를
살리려던 계획이었는데,일개 AD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UI는 기존 캐주얼게임과 같아야 한다는 사업부의 이야기로 그래픽적
내러티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이제와서의 이야기지만, 생각했던 형태의 런처 UI가 시간이 흐른뒤에 나왔다.

여담이지만 S4라는 이름은 에스퍼의 말장난이다…[…]
개인적으로 언어유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해커들이 자신의 아이디를 지을 때,
이런 언어유희를?많이 쓴다고 한다.
실제로 게임엔 등장하지 못했지만, S4의 세계에는 60D클랜과 LuS4클랜이
존재한다. (god와 lucifer의 말장난이다.)

재미있는게 있다면 본래 시나리오 상에서 수세에 몰린 LuS4클랜이 자신들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그것이 핸드폰을 통한 강제 게임초대로
이어져 사람들을 넷스피어로 끌어들인다는?설정이 있는데
현재의 카카오톡 게임 초대 메세지가 그런 부분이 있으니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한다.
핸드폰을 통한 강제 초대 아이디어는 당시 유행했던 디지몬 문자 메세지에서 착안했다.

DJMAX에 들어갔던 브로슈어 시안 중에도 이 부분을 드러내려던 시도를 했었다

런칭을 하고서도 계속해서 DJMAX에 존재하던 다양한 캐릭터 IP들을 통한
통합세계관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윗선을 계속해서 설득했다.
BGA로만 쓰이고 버려지는 좋은 캐릭터와 IP가 아까웠고,
계속해서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컨텐츠 IP를 구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IP통합 첫번째 프로젝트 엔비레인저. 크리스마스 컨텐츠로 기획되어 준비했으나 퍼블리셔가 동의해주지 않아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지만, S4를 진행하면서 ‘어른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홍보를 위해 하지도 않을 프로젝트를 마치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에 당황했고,그 거짓말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덮는 것을 보며 수치스러웠다.
그렇게 시작된 혐오들은 계속되는 어른들의 비즈니스와 어른들의 사정에 치이며
더욱 커졌고,결국 스스로 견디지 못해 도망치듯 프로젝트를?나와버리게 됐다.

생각해보면 마무리를 꼼꼼하게 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다.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도 많았고, 또 해볼 수 있었던 것들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소중한?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아트디렉터라는 첫 명함의 타이틀로는 매우 과분하고 좋은 작품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후속작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