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기대를 안고 가마소프트에 들어왔던 처음이 생각난다.
당시엔 나를 포함해 팀원이 5명뿐이었고,정식팀으로 발령조차 나지 않은
TF팀으로서 사무실 한켠의 자그마한 공간에서 게임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잡아나가던 시기였다.아주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핵앤슬래쉬와 마우스클릭노가다가
전부인 MMORPG에 염증을 느껴왔으며 그런게임을 (내가 그런것처럼)유저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모든것들이 그런게임이기때문에 유저의 선택은
어쩔수없다.라고 느껴왔던 나로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있던 루나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된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다른 형태의 MMORPG
정말 게임으로서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그런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내가 할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쏟아부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일을 맡았고,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긍정적인 결론의 도출을 위해 노력해왔었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켰고,그리고 생각보다 꽤 많은 신임도 얻었(던 것같)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멤버들이 그러했고, 덕분에 주체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다.

컨셉원화라는 포지션으로 들어와 3D에 관련된 스킬을 배우고,게임의 차별성과
기존의 것들과의 다른 형태의 무언가를 위해서 쏟아부었던 수많은 아이디어들
조금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티져사이트를 만들고
스스로의 실력부족도 있었지만, 더 나은 포지션 분배를 위해 컨셉원화의 포지션을
포기하고, 모델링을 했다. 그 이후로도 하나의 포지션만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팀원들을
위해 양보하다보니 남은 것이 애니메이션 뿐이라 애니메이터로 전향을 하게 된거다.
나서서 만든 개발자게시판과 졸라서 만들었던 개발자 블로그..
내가 지은 모나토에스프리라는 타이틀
내가 만든 시나리오, 세계관, 그리고 기반 설정..

등등의 더 많은 여러가지 것들덕분에 스스로 책임져야 했던 것도 많았고,
덕분에 누구보다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그런 일련의 나의 노력들이 오히려 나를힘들게 했던 적도 있었다.

나의 노력들과 여러가지 성과들은 모두 [내 포지션에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나에게 아무런 보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일은 당연히 아니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너무너무 즐거웠던 나이지만..

“그러니깐 누가 너보고 나서서 하라고 했어?”

라면서 오히려 면박을 받아버리고 나서 지금까지의 나라는 존재자체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됐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고,
대부분 스스로판 무덤이라는 반응이었기에 더 힘들었었다.
사람들은 농담처럼 나를 잡부라고 불렀고, 내심 속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었다.너무 많은 것을 했기 때문에
[공로자]가 아니라 [잡부]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나에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엔 그때문에 스스로가 애초부터 잘못생각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려고도 했었지만..음..지금은 일단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한심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3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쏟아부었던 프로젝트를 떠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게다가 스스로 시작하고 벌려놓았던 일들도 정리해야 했다.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고, 갑작스런 루나스튜디오 해체 소식에
함께 했던 좋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서 누구보다 먼저 루나스튜디오를 떠났다.
더이상은 내가 생각하던 모나토에스프리는 없다.

아쉬움과 미련은 남지만..난 다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 증명하고 싶어졌다.

Tagged with: ,